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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0-12-03 09: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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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과 양파, 감자 등의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월입니다. 이번 달에는 사랑기금 상환품목으로 마늘, 양파 농사를 하시는 안동교구 쌍호분회 우영식 가브리엘(77), 허춘학 프란치스코(62) 형제님을 뵙기로 하였습니다.


쌍호분회는 과거 조상님들로부터 이어져온 뿌리 깊은 신앙을 바탕으로 가톨릭농민회운동을 가장 활발히 해 왔고 생명농업 역시 선구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해 온 분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분회원 대부분이 환갑이 훌쩍 넘으셔서 농사짓는 일이 힘에 부치다고는 하시지만 어려울 땐 서로 도와가며 웃음을 잃지 않고 도시 꽃님들을 늘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친정 부모님 같은 분들이십니다.

 

경북 의성군에 위치한 쌍호분회를 찾아가는 발걸음이 여느 때보다 가볍고 설렙니다. 쌍호분회는 제가 속해있는 양천성당과 자매결연이 되어있는 분회라서 매년 2~3회 만남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만남이 더 기대되고 즐거웠나 봅니다. 오후 2시쯤 도착하니 모두 들에 나가고 안 계셔서 공소와 마을회관은 고요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뒤 분회의 제일 맏형이신 우영식 형제님께서 먼저 들어오시고, 곧이어 서울서 손님 왔다매?” “무슨 일이래?” 하시며 현재 분회장이신 허춘학 형제님과 분회원들이 오시자 마을회관은 금세 시끌벅적해졌습니다.



36년의 역사를 쓴 쌍호분회


쌍호분회는 1978년 분회가 결성된 후로부터 지난 달 423차 월례회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이어올 만큼 강한 생명력과 결속력을 자랑하는 분회입니다. 유신 말부터 군사정권 시절 농민운동에 대한 갖은 탄압이 있을 때도 농민의 권익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서 왔고, 90년대 생명농업을 실천할 때도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참여한 분회입니다.


생명농업은 안동교구 조창래 신부님께서 공소의 젊은 농민들을 교육시키고, 약 안치고 농사짓는 것을 직접 실천하시며 농민들의 참여를 권유한 것이 발단이었다고 합니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생계를 걸고 농사법을 완전히 바꾸는 것인데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신부님은 안식년에 재미(?)로 농사지으시는 거고, 우리는 농사지서 아 공부도 가르쳐야 되고 병원도 댕겨야 되잖아. 근데 쌍호는 신앙으로 시작한거야. 1~2년 지나면서 신자 아닌 농민들은 다 떨어져 나갔어.”


처음에 우리는 생명농사를 채소부터 공동으로 시작했어. 농약을 안치니 벌레가 먹어서 열무가 구멍이 뻐끔뻐끔 나고, 요즘같이 친환경 농약이 나오기 전이라 벌레를 핀셋이나 손으로 일일이 잡았어. 농자재가 뭐 있어야지.”


농약 파는 데서도 우렁이 넣고 오리 넣고 농사한다고 미쳤다 그랬어. 우렁이가 생태계 파괴한다고 욕도 많이 하고. 농약을 못 팔아먹게 돼서 그런 거지 뭐.”


한번은 서울 압구정동에 채소를 팔러 간적이 있었는데 우리보고 사기꾼이래. 약 안치고 농사를 어떻게 짓냐고. 거짓말 한다고. 마늘은 뿌리를 먹는데 잎에 약치면 어떠냐고 그러기도 하고. 그때는 도시인들도 지금하고는 생각이 달랐어. 농촌에서는 또 우리보고 미개인들, 미친놈이라고 그러대. 약치고 편하게 농사짓지 뭐 하러 힘들게 하냐고.”


지금은 다들 웃으며 농담처럼 말씀하시지만 참 힘든 시절을 보내셨구나 하는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제초가 가장 힘들어


의성지역은 본래 단단한 육쪽마늘로 유명하지만, 유기농의 경우 마늘 보다 양파 소비가 훨씬 잘 되기 때문에 양파 농사를 더 많이 짓고 있습니다. 장마가 오기 전에 수확을 끝내고 모내기를 마쳐야 하는 6월은 분회원들에게 가장 바쁜 때입니다.


시중의 양파, 마늘 농사가 잘 돼서 가격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말씀드리자, “안 그래. 올해는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하니까 탄저와 녹음병이 와서 잎이 누래지는 게 오히려 흉작일 것 같은데… 일반농사는 병이 올만하면 약을 치니까 괜찮은데 유기농은 다들 안 좋아.” 그래도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유기농은 욕심을 버리면 돼.”라는 말씀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분들의 내공이 묻어납니다.


오랫동안 생명농업을 하시면서 제일 힘든 점이 무엇인지 여쭸더니, “젤로 힘든 것이 제초야. 그 다음이 병충해지. 마늘이건 양파건 3월부터는 캘 때까지 계속 풀을 매야 돼. 풀이란 게 한계가 없어. 뽑고 돌아서면 또 나는 게 풀이라. 암만 알뜰이 매는 거 같애도… 그래서 무릎마다 골병이 다 들었어. 아지매들은 하도 풀을 잡아 땡기가꼬 손가락이 다 돌아갔어.”


논농사는 우렁이나 오리로 제초를 하고 기계로 작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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